유가 하락에도 웃지 못하는 항공사…환율 리스크에 실익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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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항공사들의 유류비 부담 완화가 기대됐지만, 정작 항공업계는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항공유 가격이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전 세계 평균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82.91달러(약 11만7600원)로 집계됐다.
직전 주와 비교해 9.1% 떨어진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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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제공] |
국제유가 하락으로 항공유 가격까지 내림세를 보이자 국내 항공사들은 다음 달 유류할증료를 인하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국 출발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1만500~7만6500원(편도 기준)으로 공지했다. 지난 3월 적용된 1만8000~13만2000원과 비교하면 약 42% 낮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1만1700∼6만5600원(편도 기준)으로 결정했다. 역시 3월에 적용된 1만8800~10만7200원보다 40%가량 내려갔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 현물 시장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MOPS 1갤런(1갤런=3.785L)당 평균값이 150센트 이상일 때 단계별로 부과되고 그 이하면 부과되지 않는다. 국제선은 전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MOPS의 평균값을 계산해 다음 달 유류할증료에 반영한다.
통상적으로 유류할증료가 인하되면 항공권 가격이 낮아지고, 승객 부담이 줄면서 여객 수요가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여전히 한숨을 내쉬고 있다. 높은 환율 때문에 유가 하락으로 인한 선순환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사들은 유류비를 달러로 결제한다. 이에 달러·원 환율 상승이 유가 하락분의 상당 부분을 상쇄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환율은 14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전 11시 31분 기준 전일 대비 5.9원 오른 1425원에 거래됐다.
항공사들이 더욱 우려하는 건 고환율이 여객 수요 전반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해외여행 시 환전 부담이 커지면서 항공권 가격이 내려가도 여행 자체를 망설이게 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가 다소 하락해도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 최종 지출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들의 예약률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 확연히 보이고, 미주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일수록 환율 부담은 더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까지 국내 항공사들의 수익을 견인해 온 일본 노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일본은 비행시간이 짧고 엔저 현상으로 최근 방문객이 폭발한 여행지다. 하지만 최근 엔화가 반등하면서 환율 메리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 엔·원 환율은 지난해 말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1000원 선으로 다시 상승했다. 현재까지는 괜찮지만, 여기서 엔화가 더 오를 경우 승객들의 여행 심리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것이 항공업계 측의 전망이다.
항공사들은 5월과 6월 황금연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환율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면 프로모션을 통해 승객들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환 헷지(위험 회피) 전략 등을 병행하며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엔화가 비정상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최근 환율이 다소 올라왔어도 소비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아직 뚫지는 못한 것 같다"며 "일본노선의 경우 90%의 가까운 예약률을 아직 유지하고 있으나, 여기서 더 올라 1100원대까지 간다면 그때부터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객들이 해외여행을 너무 부담스러워할 경우 이 부분에 도움을 드리기 위한 방법으로 항공권 프로모션을 고민하고 있다"며 "고환율 속에서 저렴한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이 항공사 입장에서 큰 부담이지만, 일단 좌석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환 헷지(위험 회피) 전략과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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