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세계경제 성장률 2.7% 전망…닷컴버블·금융위기·코로나 제외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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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2.7%에 머물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이는 지난 2000년 이래 닷컴 버블 붕괴(2001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코로나19 팬데믹(2020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성장 둔화의 배경에는 미중 무역전쟁 심화와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 글로벌 금융 불안 등 복합 리스크가 자리한다. 이런 요인들이 세계 교역을 위축시키고 투자 심리를 급격히 얼어붙게 만들어,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3.0%→2.7%…미국 0.8%p '최대 낙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3일 발표한 '2025년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기존 전망(3.0%)보다 0.3%포인트(p) 낮춘 2.7%로 제시했다. 이는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 주요 사건들인 닷컴 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펜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 조정치를 보면, 먼저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파격적인 관세 정책 여파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며 올해 1.3%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기존 전망(2.1%)보다 0.8%p 낮아진 수준으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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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 세계경제 전망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05.13 [email protected] |
다른 선진국 중 유럽과 일본도 1%를 밑도는 저조한 성장이 예상된다. 유럽은 기존 1.3%에서 0.8%로, 일본은 기존 1.0%에서 0.6%로 각각 내려잡았다. 유럽과 일본은 모두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무역·투자 위축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가운데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인해 지난 전망과 동일한 4.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도는 민간 투자 확대와 정부 지출 증가에 힘입어 6.4%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는 기존 전망(6.8%)보다는 0.4%p 하락한 수준이다.
내년에도 세계경제는 완전한 반등보다는 2.9% 수준의 완만한 회복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신흥국 모두 전반적으로 성장이 저조한 가운데, 일부 유럽 국가가 반등하며 성장폭을 주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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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과 선진국 성장률 추이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05.13 [email protected] |
주요국 중 미국은 금리 인하 가능성과 올해 낮은 성장률에 대한 기저효과 등으로 올해보다 다소 나아진 1.6%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단 여전한 정책 불확실성과 재정 부담으로 인해 큰 폭의 반등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유럽 가운데 독일은 대규모 특별 인프라 기금 집행을 통해 1.0%의 뚜렷한 반등을 보이고, 프랑스와 영국도 금리 인하 효과 등으로 각각 0.9%와 1.0% 성장할 전망이다. 단 일본은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로 0.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신흥국 중에서는 인도가 6.5%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중 무역갈등 지속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4.0% 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 '격변 무역질서' 정의…"무역전쟁 지속에 통화정책도 불확실"
KIEP는 올해 세계경제 키워드를 '격변의 무역 질서, 표류하는 세계경제'로 정의했다. 이와 함께 ▲관세·무역전쟁 격화 ▲인플레이션 재발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금융불안과 부채위기 등을 주요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이 쏘아올린 무역전쟁은 세계 교역 둔화와 투자심리 위축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에 최대 10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조건부 25% 관세를 적용하며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런 조치로 인해 미국의 실효관세율은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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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세계 교역 역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교역량이 0.2% 감소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3.0%)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또 WTO는 미국과 주요국 간 상호관세가 전면화될 경우, 세계 교역 성장률이 최대 0.6%p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더해 관세 인상과 국제 에너지 가격의 높은 변동성은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둔화 사이에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두고 당국 내부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과도한 금리 인하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와, 고금리 장기화가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계심리가 맞서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런 혼선은 장기국채 금리와 환율 변동성을 자극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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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블룸버그] |
글로벌 금융시장도 사상 최대의 부채 부담에 직면해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총부채는 324조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부진과 대형 부동산 기업들의 연쇄 도산, 미국 지방은행들의 자산 건전성 악화는 금융 불안을 키우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KIEP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이번 글로벌 리스크에 더욱 취약하다고 지적하며, 미중 통상 갈등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통상 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시욱 KIEP 원장은 "이런 국제경제 환경 변화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6월에 출범하는 신정부는 미국발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세계경제 질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통상 정책 방향성과 구조를 확립하는 것을 최우선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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